
며칠 전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습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굶겨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22살 아들,
이른바 ‘간병살인’이라고 불리는 사건입니다.

이들은 간병으로 인해 도시가스와 휴대전화가 끊기고, 유통기한이 지난 편의점 도시락으로 연명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를 사망하도록 놔두기로 결심한 후에도 아버지가 배고픔이나 목마름을 호소하면 물과 영양식을 호스에 주입하는 등 고통과 고뇌가 엿보이는 사연에 마음이 복잡해지는 뉴스였는데요.
이 뉴스를 보고 떠오르는 책이 있어서, 오늘은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제대로 된 통계 조차 없는 한국의 간병 문제에 대해 서울신문에서 심층취재해 연재한 기사를 단행본으로 낸 책인데요.
저는 이 책을 읽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중간에 몇 번쯤은 책을 덮고 마음을 추슬러야 했으니까요.
그 정도로 이 책에 나오는 요양 환자와 간병인의 현실은 참담했습니다.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 – 간병 가족 문제
이 책에 따르면, 가정에서 돌봄을 받는 환자가 10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20가구 가운데 한 가구는 누군가가 집에서 아픈 가족을 돌본다는 이야기입니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10여 년 동안 재판에 넘겨진 간병살인 가해자 수는 154명, 희생자 수는 213명에 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가해자들은 한 때 주변에서 희생적인 부모이거나 효자, 효부로 불린 이들입니다.
하지만 끝 모를 간병의 터널에서 결국은 무너졌습니다.

기록 조차 없는 죽음들
하지만 이것이 간병살인의 전부는 아닙니다.
‘간병자살’은 재판에 넘겨지지 않아 집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06년~2018년 10여년간 언론이 기록한 간병자살 사건이 60건, 총 사망자 수는 111명입니다.
기록되지 않은 사건은 훨씬 더 많을 것이고, 동반 자살자는 사실상 살인 피해자입니다.
그리고 가해자 또한 동시에 피해자일 수 있죠.
간병가족으로서 죽음을 결심하기까지 겪은 수많은 고통과 고뇌는 그냥 ‘자살’이란 단어 속에 묻힐 뿐입니다.

극심한 경제적 압박 겪는 가족 간병 당사자들
간병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0.8%가 ‘부모 의료비 부담으로 가족 간 갈등이 발생했다’고 답했습니다.
오랜 시간 아픈 가족을 돌보며 환자 못지않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지만 노동의 대가 따윈 없습니다.
눈에 띄는 건 월소득 ‘500만 원 이상’ 가구에서 이런 응답이 나온 비율이 300만 원 이상이나 300만 원 미만 가정보다 높았다는 것입니다.
고소득층도 ‘간병 공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래도 살아야한다
이런 상황에 내몰린 이들을 그저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입니다.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있지만 당사자가 신청해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모순이 있고,
장기요양보험 인정률은 최근 5년간 평균 8.8%에 불과합니다.
요양병원은 간병살인 같은 비극을 막는 해법으로 꼽히지만, 대다수 요양 기관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현재 대선후보들은 모두 간병 가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하지만, 간병살인에 대한 통계조차 집계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인 방안을 내놓고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간병 가족의 문제는 분명 사회와 제도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죠.
그렇다고 당사자 입장에서 사회를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환자와 간병인의 고통, 가족간의 갈등, 경제적 어려움은 당장 눈 앞에 닥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하루 빨리 장기요양 환자와 가족에 대한 현실적인 도움 방안이 마련되고 적절한 치료와 대비로 더 이상 고통받는 간병 가족이 없어지기를, 그래서 간병살인 같은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래봅니다.
*이 글은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간병 가족들의 이야기」 책 내용 일부를 발췌,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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